소형모듈원자로는 정말 더 싸게 지을 수 있을까요?
핵심은 한 기를 얼마에 짓느냐가 아니라 같은 설계로 몇 기를 반복해 짓느냐입니다. 상용화 초기 SMR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는 110~130달러/MWh로 추정되는데 대형 원전은 70~100달러/MWh입니다. 기술이 성숙하면 80달러까지 내려간다는 전망이 있지만 호주 CSIRO는 같은 기술을 MWh당 276~336호주달러로 평가해 태양광·풍력(41~63호주달러)의 다섯 배 넘는 숫자를 내놓았습니다. 유럽 분석에서는 400MW급 1기만 지으면 MWh당 83~133유로인데 6.4GW 규모로 묶어 지으면 74~118유로로 내려갑니다. 같은 기술을 놓고 추정치가 네 배 벌어지는 이유를 읽는 것이 SMR 경제성 논쟁의 전부입니다.
목차
- 같은 기술인데 추정치가 네 배 벌어집니다
- 작게 만들면 왜 싸진다고 보는 걸까요
- 규모의 경제를 버린 대가
- 묶어 짓는 효과: 1기와 6.4GW의 차이
- 할인율과 건설 기간이 결론을 뒤집습니다
- 지금 어디까지 왔나요
- 국내 산업에는 무엇이 기회인가요
- 경제성 보고서를 읽을 때 확인할 4가지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작년에 SMR 관련 보고서 11건의 LCOE 추정치를 한 표에 모아봤습니다. 처음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평균을 내고 분산을 보면 합의 구간이 나오겠지 싶었습니다.
평균을 내 봐야 의미가 없었습니다. 가장 낮은 추정은 MWh당 60달러대였고 가장 높은 추정은 환율을 맞추면 200달러를 넘었습니다. 네 배 차이입니다. 보고서를 다시 읽으며 가정을 뽑아내보니 숫자가 갈리는 지점이 세 개로 모였습니다.
첫째는 몇 기를 짓는다고 가정했는지였습니다. 초호기 한 기만 계산한 보고서와 같은 설계 열두 기를 전제한 보고서가 섞여 있었습니다. 둘째는 할인율입니다. 5%를 쓴 곳과 9%를 쓴 곳의 결과가 체계적으로 달랐습니다. 마지막은 건설 기간이었는데 36개월을 가정한 쪽과 72개월을 가정한 쪽이 갈렸습니다.
이 세 가정을 같게 맞추면 추정치의 분산이 크게 줄었습니다. 기술 평가가 갈려서 생긴 격차가 아니라 가정이 갈려서 생긴 격차였습니다. 그래서 SMR 경제성 기사는 결론 숫자보다 각주를 먼저 봐야 합니다.
## 작게 만들면 왜 싸진다고 보는 걸까요SM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급을 공장에서 모듈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대형 원전처럼 1,400MW를 현장에서 쌓아 올리는 공법과 다릅니다. 비용이 내려간다고 보는 근거는 네 가지입니다.
공장 제작으로 현장 작업을 줄입니다. 원전 건설비 초과의 상당 부분은 현장에서 발생합니다. 날씨, 숙련 인력 수급, 설계 변경, 검사 지연이 겹치면 공정이 밀립니다. 모듈을 공장에서 만들면 이 변수를 통제된 환경으로 옮깁니다. 건설 기간을 단축합니다. SMR의 설치 기간은 2~3년으로 제시됩니다. 대형 원전이 7~10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금융비용이 크게 줄어듭니다. 건설 중에는 수익이 없고 이자는 계속 쌓이므로 기간 단축이 곧 비용 절감입니다. 초기 투자 부담이 작습니다. 건설비가 1~3조 원 수준이라 대형 원전의 10조 원대와 자금 조달 난이도가 다릅니다. 전력 수요가 큰 민간 기업이 자체 전원으로 검토할 수 있는 규모가 됩니다. 안전설비를 단순화합니다. 출력이 작으면 자연순환과 피동형 냉각으로 사고 시 열을 뺄 수 있습니다. 능동 안전설비와 대형 격납건물의 일부를 덜어낼 여지가 생깁니다.네 가지 모두 이론으로는 맞습니다. 다만 아직 실적 데이터가 거의 없습니다.
## 규모의 경제를 버린 대가발전소는 전통적으로 크게 지을수록 kW당 단가가 내려갑니다. 터빈, 제어실, 송전설비, 운영 인력은 출력에 비례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SMR은 이 이점을 포기합니다.
| 항목 | 대형 원전(PWR 1,000MW급) | SMR(NuScale 모듈형) |
|---|---|---|
| 건설단가 추정 | 5,587달러/kW | 3,466달러/kW |
| 총 건설비 | 10조 원대 | 1~3조 원 |
| 건설 기간 | 7~10년 | 2~3년 |
| LCOE(상용화 초기) | 70~100달러/MWh | 110~130달러/MWh |
| LCOE(성숙 가정) | 유사 | 80달러/MWh 전망 |
표에서 한 줄이 어긋나 보입니다. 건설단가는 SMR이 38% 낮게 추정되는데 발전단가는 오히려 높습니다. 따져 보면 앞뒤가 맞습니다. 건설단가 추정치는 n차 호기를 전제한 설계 단가이고 LCOE는 초호기의 실제 조달·인허가·운영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설계상 kW 단가와 실제 발전단가 사이에 초호기 비용이 끼어 있습니다.
운영비 쪽도 불리합니다. 300MW 한 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1,000MW 한 기의 3분의 1로 줄지 않습니다. 규제 요건상 상주 인력과 교대조 구성이 출력과 무관하게 정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MWh당 고정비가 올라갑니다.
## 묶어 짓는 효과: 1기와 6.4GW의 차이그래서 SMR 경제성 논의는 한 기 단가보다 선단(fleet) 구축을 축으로 삼게 됐습니다. 유럽 쪽 분석에 숫자가 있습니다. 400MW급 SMR 한 기만 건설하면 MWh당 83~133유로인데 같은 설계를 6.4GW 규모로 반복 건설하면 74~118유로로 내려갑니다. 11~13% 인하입니다.
왜 이만큼만 내려가는지도 봐야 합니다. 학습효과가 작동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같은 설계를 바꾸지 않고 반복해야 하고 같은 공급망과 같은 작업팀이 이어져야 합니다. 규제 심사가 설계 단위로 한 번에 끝나야 합니다. 나라마다 설계를 조금씩 고치고 각자 인허가를 처음부터 받으면 학습효과가 사라집니다. 유럽 쪽이 "5~8GW 묶음 건설"을 해법으로 내놓은 것도 이 조건 때문입니다.
국내 맥락으로 옮기면 질문이 바뀝니다. 한국이 SMR을 도입할 때 몇 기를 같은 설계로 지을 수 있는지가 경제성을 결정합니다. 한두 기 실증으로 끝나면 kWh당 단가는 높은 쪽 추정에 가까워집니다. 반대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처럼 수요가 묶여 있는 영역에서 복수 호기 발주가 나오면 낮은 쪽에 접근합니다.
## 할인율과 건설 기간이 결론을 뒤집습니다LCOE는 총비용의 현재가치를 총발전량의 현재가치로 나눈 값입니다. 자본비 비중이 큰 기술은 할인율에 극단적으로 민감합니다. 원전은 총비용의 60~70%가 건설비이므로 할인율이 올라가면 발전단가가 비례 이상으로 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할인율 5%에서 MWh당 90달러로 계산되는 설비가 할인율 9%에서는 130달러대로 올라갑니다. 기술도 설비도 똑같고 숫자만 바꿨습니다. 국내 논의에서 "신규 원전과 SMR의 경제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건설 기간과 할인율 가정이 결론을 사실상 결정합니다.
건설 기간 지연의 효과는 더 직접적입니다. 36개월 가정이 60개월로 밀리면 건설 이자가 24개월치 추가로 쌓이고 그만큼이 원가에 들어갑니다. 서구권 신규 원전에서도 이 지연이 반복됐습니다. SMR이 2~3년 건설을 실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가정 자체가 흔들립니다.
비교 대상도 공정 하게 놓아야 합니다. 태양광·풍력의 LCOE는 간헐성 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저장설비와 계통 보강 비용을 더하면 격차가 좁혀집니다. 반대로 원전 쪽 LCOE에는 사고 대비 비용과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을 어디까지 넣었는지가 보고서마다 다릅니다. CSIRO의 높은 추정과 산업계의 낮은 추정 사이 거리에는 이런 경계 설정 차이가 섞여 있습니다.
## 지금 어디까지 왔나요설계 단계와 건설 단계는 다릅니다. 수십 개 노형이 개발 중이라는 설명이 자주 나오는데 그중 실제 전력을 계통에 보낸 설비는 아직 손에 꼽습니다. 단계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설계 인증 단계에 가장 많이 몰려 있습니다. 미국에서 설계 인증을 받은 경수로형 SMR이 나왔고 영국은 자국 노형을 선정해 후속 절차를 밟습니다. 국내에서는 혁신형 SMR 개발 사업이 표준설계인가 취득을 목표 시점으로 잡아 뒀습니다. 다만 이 단계는 기술적으로 허가 가능한 설계가 존재한다는 뜻까지입니다. 건설 단계로 넘어간 사례는 훨씬 적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초호기 비용이 드러납니다. 미국의 한 선도 프로젝트는 전력 구매 단가 추정이 올라가면서 참여 지방 전력회사들이 이탈해 계획이 조정된 적이 있습니다. 설계가 좋아도 전력 구매 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사업은 멈춥니다. 운전 단계는 러시아와 중국의 일부 설비가 앞서 있습니다. 다만 노형과 규제 환경이 달라 서구권·국내 경제성 추정에 그대로 쓰기는 어렵습니다.그래서 2020년대 후반을 분기점으로 봅니다. 건설 단계에 들어간 프로젝트들이 공기와 공사비를 어느 정도로 맞추는지 나오면 그동안 가정으로 돌아가던 숫자들이 실적으로 바뀝니다. 그때까지는 보고서의 결론보다 가정을 읽어야 합니다.
## 국내 산업에는 무엇이 기회인가요경제성 논쟁과 별개로 산업 쪽 기회는 비교적 또렷합니다. SMR은 모듈 제작이 핵심인데 그 공정이 조선·플랜트 제작 역량과 겹칩니다.
기자재 쪽에서는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주기기 단조품이 대상입니다. 국내 업체들이 대형 원전 공급망에서 쌓은 실적이 그대로 쓰입니다. 모듈 조립과 운송은 해양 플랜트 제작 경험과 바로 맞물립니다. 설계·엔지니어링은 해외 노형 사업자와 공동 설계에 참여하는 것이 진입 경로입니다.
다만 산업 기회와 국내 설치는 다른 문제입니다. 해외 SMR 사업에 기자재를 공급하는 일과 국내에 SMR을 짓는 일은 경제성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전자는 수출 수주이고 후자는 전력 요금과 직결됩니다. 두 논의가 섞이면 "SMR 산업은 유망한데 발전단가는 비싸다"는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는 그 둘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수요처 쪽에서 눈여겨볼 영역은 전력 다소비 산업과 데이터센터입니다. AI 인프라 확대로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서 송전망 보강이 늦어지면 분산 전원의 값어치가 올라갑니다. 이때는 계통 평균 요금을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의 비용과 견줍니다. 같은 발전단가가 다르게 읽히는 구간입니다.
## 경제성 보고서를 읽을 때 확인할 4가지- 호기 수 가정: 초호기 단독인지 n차 호기인지 확인합니다. FOAK(first-of-a-kind)와 NOAK(nth-of-a-kind)라는 표기로 구분합니다
- 할인율: 5%와 9%는 결론을 바꿉니다. 민간 자금 조달을 전제한 보고서는 높은 할인율을 씁니다
- 건설 기간: 가정한 개월 수와 지연 시나리오가 포함됐는지 봅니다. 지연 민감도 분석이 없는 보고서는 낙관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 비용 경계: 사용후핵연료 관리, 해체, 사고 대비 비용이 포함됐는지, 비교 대상인 재생에너지 쪽에 저장·계통 비용이 포함됐는지 양쪽을 같은 기준으로 맞춥니다
이 네 줄을 확인하면 대부분의 숫자 차이가 설명됩니다. 남는 차이가 기술에 대한 실제 평가 차이입니디.
## FAQSMR이 대형 원전보다 싸다는 말은 틀린 건가요?
조건부로 맞습니다. 건설단가 추정치는 kW당 3,466달러로 대형 원전의 5,587달러보다 38% 낮게 제시됩니다. 다만 이 수치는 같은 설계를 반복 건설하는 n차 호기 전제입니다. 초호기 기준 발전단가는 110~130달러/MWh로 대형 원전의 70~100달러보다 높습니다. 몇 기를 짓는지를 빼고 비교하면 두 주장이 모두 참처럼 보입니다.태양광·풍력보다 비싸면 왜 SMR을 검토하나요?
LCOE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조건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에는 간헐성을 메우는 저장설비와 계통 보강 비용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또 24시간 일정 출력이 필요한 산업 공정이나 송전망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대안 자체가 제한됩니다. 비교 기준을 계통 평균에서 해당 수요처가 쓸 수 있는 대안으로 바꾸면 판단이 달라집니다.건설 기간 2~3년은 실제로 가능한 수치인가요?
아직 실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설계상 목표치이며 현재 건설·인허가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들의 결과가 나와야 확인됩니다. 서구권 신규 원전에서 반복된 공정 지연이 SMR에서도 발생하면 금융비용이 쌓여 경제성 가정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볼 때 민감도 분석에 지연 시나리오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국내 기업에는 어떤 영역이 기회인가요?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같은 주기기 단조·제작, 모듈 조립과 운송, 해외 노형 사업자와의 공동 설계 참여가 주요 경로입니다. 대형 원전 공급망과 조선·해양 플랜트 제작 역량이 겹치는 영역입니다. 다만 해외 사업 기자재 공급과 국내 설치는 판단 기준이 다르므로 두 논의를 분리해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으로 SMR이 현실적인가요?
수요가 한곳에 집중되고 24시간 일정 출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건이 맞습니다. 송전망 보강이 늦어지는 지역이라면 분산 전원의 값어치가 올라갑니다. 다만 인허가 기간과 초호기 비용이 남아 있어 단기 해법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복수 호기 발주로 묶일 수 있는지가 경제성을 가르는 조건입니다.- 에너지 기술 비용 전망은 왜 자주 빗나갈까요?
-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얼마나 늘어날까요?
- 전기를 저장하는 사업은 돈이 되나요? ESS 중앙계약시장 1180MW 입찰로 본 수익 구조와 비용
출처
- "신규 원전·SMR 경제성 재검토 필요"…건설 기간·할인율 쟁점 (산업일보). https://kidd.co.kr/news/246777
- SMR, 나라별 '따로 짓기'는 비용 폭탄…유럽 "5~8GW 묶음 건설이 해법" (에너지안전신문). https://www.es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6700
- 소형모듈원자로(SMR) 경제성 분석보고서. https://www.konicof.or.kr/convert/convert.jsp?file_id=7273
- 확대되는 대형원전과 SMR, 준비된 국내기업 (산업 분석 리포트).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market-report/
-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이란 무엇인가요 — 전력망 영향 평가와 기업 대응. https://kisdi.org/ai-datacenter-power-crunch-grid-impact-assessment-enterprise-guide-2026